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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아내 도망갈까 걱정 접고 입장 바꿔 생각

VWCC 0 1,733 2007.07.25 09:40
“국제결혼 아내 도망갈까 걱정 접고 입장 바꿔 생각”
국제결혼 남성들의 ‘형님’ 기웅서씨
한겨레

 

bullet03.gif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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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아내와 행복 일구며 사는 기웅서씨
“남편들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온 이주 여성들은 대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도움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낯선 땅에 옵니다. 남편이 ‘돈 주고 결혼했으니 이제 내 사람이다’ 식으로 마구 대하며 사랑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런 용기있는 여성들이 참겠습니까?” 국제결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들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웅서(48)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해부터 여성가족부와 충남여성포럼 등 각종 단체에서 주최하는 결혼이민자간담회 및 심포지움 등에서 수 차례 사례발표자로 서며 국제결혼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6년 아산시 우리가족센터(소장 김미화)가 마련한 결혼이주여성 남편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는 모임의 총무와 반장 역할을 도맡으며 조언자 노릇을 했다. 우리가족상담센터의 최은경씨는 “경험자 남성이 말하는 것이라 다른 남성들이 더욱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남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씨에게는 개인적으로 조언을 청해오는 사람이 많아 한달에도 서너번씩 상담에 나선다. 그러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어려운 친정을 신경쓰는 부인을 경제적으로 돕지는 못할망정, 도망갈까봐 나가서 일도 못하게 하는 남편들이 많습니다. 자기는 사전 한 번 들춰보지 않았으면서 말 못한다고 화내지요. 도와 주지도 않으면서 집안일 못한다, 요리 못한다고 구박하지요.” 그런 남편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당신이 낯선 땅에서 그만큼 해낼 수 있겠느냐”며 호되게 혼내킨다.

이런 그의 조언은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 역시 베트남 여성을 아내로 둔 국제결혼 남편이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2003년 팜티 투이 티엔(23)씨와 재혼한 그에게도 신혼 초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일찍이 십수년을 함께한 부인과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그는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사전을 사들고 와 서로 의사소통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향수를 느끼는 아내를 위해 베트남에서 파란 해먹을 가져와 거실에 놓았다. 여행도 자주 다녔다. 아내의 말동무를 찾아 다른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해 살고 있는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했고, 독립 기념관과 민속 박물관 등도 방문했다. 신혼 초 “꾸리던 양계 사업이 조류독감으로 망한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처가를 위해 베트남에 집도 마련해 주는 등 경제적 도움에도 힘썼다.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낯선 땅에 들어와 한국말을 배우고, 어려운 농사일을 거들며 예쁜 딸과 아들을 낳아준 아내를 생각하면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그는 국제결혼하는 남성들에게 “결혼하고 1년은 하던 일을 놓고, 이 사람만 생각한다고 생각하라” 고 말한다. 부부 간의 기본적인 사랑과 신뢰를 싹틔우기 위한 기간이다. 또한 결혼 전에 남편들이 미리 부인을 이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부부간의 갈등과 폭력, 가출로 인한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 여기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남성들과 결혼한 남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됩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여러 이민자지원센터에 널리 확산되어서 남편들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life/2243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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