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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감 돌던 마을에 해맑은 아이들 웃음꽃 | ||||||
외국인 며느리 4명 '둥지'
예천군 호명면 송곡리
▶5면에 '우리곁의 다문화 가정' 시리즈
어른 잘 모시고 생활력 강해 칭찬자자
언어장벽 높아 운전면허 취득 등 애로
예천군 호명면 송곡리. 마을 안까지 이어지는 1m 남짓한 꼬불꼬불한 길을 빼면 온통 논과 밭 뿐이다. 몇년 전까지 이 마을은 자식들을 도시로 보낸 노인들만 있는, 적막감만이 감도는 곳이었다. 그러던 이 마을에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오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민 신정호씨(58)는 "아이 울음소리 들려 좋고, 농촌에 일할 사람 생겨 좋고, 어른들 잘 모시는 새댁들이라 너무 좋지"라며 "한국 며느리들이 못하는 일도 척척 해내니까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라며 웃었다. 송곡리에선 '다문화 가정'이 친숙하다. 네 집 건너 한 집에 베트남·필리핀·중국에서 온 아내와 그 자녀들이 살고 있다. 이 마을 노총각 4명이 국제결혼을 한 것이다. 호명면사무소 직원 이동훈씨(시인)는 "여성결혼이민자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전체 14가구 대부분이 60대 이상 부부들이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이 11명이나 있고 그 중 6명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들리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 내년 3월이면 또 한 명 늘어난다. 1999년 주민 왕항익씨(48)가 중국여성과 결혼하면서 주변 노총각들에게 외국인 신부감을 추천했다고 한다. 곧 왕씨 아내의 조카가 이 마을로 시집오면서 국제결혼이 이어졌다. 결혼 8년째인 손용매씨(중국·31)는 한국 아줌마가 다 됐다. "조선족이어서 처음부터 힘들지 않았다"는 손씨는 "시집오자마자 제삿상을 혼자서차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여성결혼이민자 주부들은 여느 농촌 주부 못지않게 억척스럽다. "새벽밭에 나가 깨를 심고 고추 따는 모습을 보면 어지간한 농사꾼보다 낫다"는 김화종씨(43·손용매씨 남편)는 "혈혈단신으로 건너와 불만없이 사는 모습을 보면 고마울 뿐"이라며 흐뭇해 했다. 아이들은 선입관과 달리 한국말이 전혀 어눌하지 않았다. 2000년 필리핀에서 시집온 빌마씨(37)가 기자의 질문을 못 알아 듣자, 딸 세민이(8)가 "엄마도 한글 공부 좀 하세요"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곳 아이들은 매주 3회 한글교육을 받는다. 예천군에서 파견한 육아도우미들이 한글교육을 담당한다. 손용매씨는 "필리핀 도우미가 오는 날은 온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영어공부도 같이 한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적잖았다. 수잔씨(40·필리핀)는 한국생활 10년이 다 돼 가지만 지난해 필리핀에 가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용매씨는 "한글로 시험을 치를 언어능력이 안 된다"면서 "농촌에는 자동차가 있어야 기동성이 있는데 대부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필기시험 때문에 운전을 포기한다"고 털어놨다. 예천군에는 결혼이민자 가족이 모두 170가정이며, 160명의 자녀가 있다. 대구·경북지역엔 여성결혼이민자 5천100여명, 자녀 3천300여명이 있다. 우리나라 농촌총각 4명 중 1명꼴로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고 있으며, 세계 195개국에서 온 100만명의 외국인이 곳곳에 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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