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소식

RE:[미디어제주]"국적은 달라도 우린 친구예요" (다문화중창단)

금민영 0 1,580 2008.02.11 10:41

"국적은 달라도 우린 친구예요"

 

[기획특집] 다문화가정을 찾아서(5)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에서 만난 가오김드옹씨

 

 2008년 02월 09일 (토) 13:28:41                             양호근 기자 btn_sendmail.gif hgyang1024@naver.com

 

제주에 다문화(국제결혼, 외국인근로자, 새터민)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그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 취학 중인 다문화 가정 자녀수는 145명. 그러나 새터민을 비롯한 다문화 가정들이 사실 상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해 교육청 관계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자폐아'가 되거나 '왕따'를 당하는 등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제주에서는 새해를 맞아 다문화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괜스레 힘든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 주던너
늘 곁에 있으니 모르고 지냈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들
...<중략>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 듯 친구도 하나야

 

8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제주시의 한 교회에서 안재욱의 노래 '친구'가 여성의 화음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대명절 설을 맞아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와 서귀포외국인지원센터 주최로 제주충신교회에서 열렸다.

 

   
 
  ▲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열린 가운데 다문화중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베트남 며느리 가오김드옹씨. <미디어제주>  
 
이날은 제주도내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노래장기자랑 뿐만 아니라 무료진료, 미용봉사, 고충처리 상담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약 6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결성된 다문화중창단이 안재욱의 노래 '친구'를 불러 큰 박수와 호응을 받았다.

 

그들의 노래 속에는 국적과 피부색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임을 소리 높이는 듯 했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의 결혼이민여성으로 구성된 다문화중창단에서 베트남 며느리 가오김드옹(24.제주시 도남동)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열린 가운데 다문화중창단에서 노래를 부른 베트남 며느리 가오김드옹씨를 만났다. <미디어제주>   

# 다문화중창단 "노래 부르면서 공부해요"

 

2003년 9월 제주로 시집을 온 가오김드옹씨는 이제 제주에서 생활한지 4년이 됐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제주로 시집 온 가오김드옹씨는 목수일을 하는 남편과 16살 차이가 난다. 이 집 큰며느리로 들어 온 그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든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행히 제주에 거주하는 베트남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다문화 중창단에 참가하게 돼 한국말을 서툴게나마 하게 됐다.

 

노래를 마치고 나온 가오김드옹씨는 "베트남 친구들이 노래를 같이 하자고 해서 같이 다문화 중창단을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전혀 몰라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제주도 특유의 사투리는 알아 듣기 힘든 모양이다.

 

"제가 말할 때는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시어머니께서 무슨 얘기하면 못 알아들어서 힘든 것은 아직도 있어요."

 

한국말을 본격적으로 배운지는 2년이 된다는 그는 그래도 한국말을 제법 잘 한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도 제주로 모셔 올 수 있지만 친정에서는 아직 올 생각이 없다고 한다.

 

"남편하고, 시부모님들이하고 육지 지방 여행을 다녔어요. 그래서 저도 친정 엄마, 아빠 모시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가 아직 한국말도 모르고 하니까 나중에 오시겠다고 했어요."

 

      ▲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와 서귀포외국인지원센터 주최로 제주충신교회에서 진행됐다. <미디어제주>   

# "한국말 어렵지만 제일 재미있어요"

 

"한국말 배울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어렵지만 그래도 말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한국말이 재미있다고 하는 가오김드옹씨. 그는 일주일에 한 두번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다.

 

그는 또 베트남에서 시집 온 이주여성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져서 여러가지 정보도 공유하고 한글도 공부한다.

 

남편이 베트남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가오김드옹씨라도 한국어를 빨리 배워야 하기 때문에 매일 한국어 공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공부에 전념을 할 수 있는 그는 한국어를 배워서 하고 싶은 게 아주 많다고 한다.

 

"갑자기 생각하려고 하니까 잘 생각나지 않지만, 친구들 만나서 놀기도 하고, 바다에 바람도 쐬러 가고 싶고. 특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요, 베트남어 통역하는 여행사일을 해보고 싶어요."

 

      ▲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열린 가운데 다문화중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람들. <미디어제주>>   

# "여자들도 밖에서 놀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물네살의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설에는 집에만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가 여기 집에서 큰며느리예요. 남편 동생들은 육지 지역에 사는 데 이번 설에 바빠서 내려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저랑 시부모님 넷이서 집에서 설을 지냈어요."

 

네 식구가 조촐하게 설을 지내서 남편이 밖에 놀러 간 사이에 가이김드옹씨는 집에서 시부모님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 설날 상 차릴 때 같이 만들고 신기했다"며 "그렇지만 떡국은 하지 않았고, 친척들이 오지 않아서 심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은 가오김드옹씨. 그의 새해 소원은 가족들 모두 복 많이 받고, 한국말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쇼핑은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바람 쐬고 바다도 보고 싶다"며 "서귀포 바다를 구경갔었는데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해 앞으로 돌아다니면서 똑같은 제주도민처럼 생활하고 싶은 가오김드옹씨.

"밖에 많이 못 나가 놀아서 아쉬운게 많아요. 특히 여자도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도 다니고 싶고요."

 

아직까지 국제결혼으로 온 이주여성들이 제주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다. 언어장벽은 물론이거니와 가족 내에서도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꺼려한다.

 

물론 안전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밖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는 불편한 심리도 작용하는 것이다.

 

제주도내에 국제결혼 가정이 급증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자유도시가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제주에서 생활하며 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적 안전 장치는 물론이고 제주도민들이 나서서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을 전화해야 한다. 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친구라는 국제적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 제7회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열려 6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이 참석했다. <미디어제주>

+ 출 처 + 미디어제주 양호근 기자 btn_sendmail.gif hgyang1024@naver.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