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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데스크]"내가 한국에 팔려온 건가요?"

박옥화 0 1,441 2008.01.29 10:52
[데스크]"내가 한국에 팔려온 건가요?"
newsdaybox_top.gif 2008년 01월 29일 (화) 정현수 부장 btn_sendmail.gif dino999@idomin.com newsdaybox_dn.gif

   
 
두어 달쯤 되었을 겁니다. 아내와 함께 동네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창원여성의집'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 나온 여성을 보호하거나 가출한 소녀를 교육하고 상담해서 건전하게 재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지요. 그 앞을 지나면서 아내에게 이곳이 그런 곳이라고 얘기했죠. 아, 제 아내는 한국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외국인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아내가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내게 했습니다.

국제결혼이 인간시장인가

아내가 내게 이야기한 날로부터 불과 며칠 전 외국인 여성이 아내의 친구를 찾아와 다짜고짜 살려달라고 했답니다. 아내가 들은 자초지종을 정리하면, 그이는 4개월 전에 한국으로 시집왔답니다. 한국에 와서 살게 된 곳은 농촌이었는데 남편이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문화마저 차이가 나다 보니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같이 사는 시부모를 도와 농촌 일을 거들면서 한국생활에 적응하려고 무척 노력했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남자들 다 이러나?' 싶을 정도의 실망과 새 가족에 대한 분노로 집을 뛰쳐나오고야 말았는데 그 이유가 간접적으로 듣는 나로서도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할 정도였습니다. 남편은 매일 같이 용돈을 얻어 피시방으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시아버지는 시어머니 몰래 방으로 들어와 못된 짓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못된 짓을 하는데 남편이라는 놈이 옆에서 구경하더라고…. 차마 더는 표현하기조차 어렵군요. 그래서 너무 힘이 드는데, 시아버지도 때리고 남편이란 것도 매질을 해대니 어떻게…, 한국에서야 시댁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는 천애 고아이지만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답니다.

아내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1366'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아내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그 친구는 바로 그 다음 날 '창원여성의 집'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었답니다. 사흘이 지난날에도 우리는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였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 덕분에 그 외국인 여성이 살았다며 고마워하더라." 산책을 하면서 아내로부터 이틀 동안의 상황을 더 듣게 되었는데, 분노를 자극하는 일이 있었더군요. 중매했던 국제결혼상담소에서 탈출하다시피 집을 빠져나온 그이를 다시 시집으로 데려갔더랍니다.

손목을 묶어 매질까지 한다는 얘길 듣고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다시 빠져나와 '1366'의 보호를 받았기 망정이지 감금이라도 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뜩합니다. 그러잖아도 죽으려고 손목에 칼질까지 한 여인인데.

국제결혼이 최근 몇 년간 매우 늘었습니다. 통계에서 밝혔다시피 10명 중에 한두 명은 국제결혼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가 어정쩡한 데다 한국 남성들, 물론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의 여성에 대해 글러 먹은 인식을 한 사람 때문에 인권침해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에 사례로 든 것처럼 외국 여성과의 결혼을 무슨 인신매매를 통해 성 노리개 하나 집안에 들이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같은 국제결혼의 폐해를 막으려면 우선 국제결혼상담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 싶습니다.

중개업체 관리 강화해야

아시아권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이 경비 대부분을 내야 하는데 보통 1000만 원이 넘습니다. 1300만 원까지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내 생각엔 제대로 된 중매를 할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남성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 남성에게 유리하게끔 일을 추진해서도 안 되고 중개 과정에서 거짓 정보로 남녀 양쪽을 속여서도 안 됩니다. 파탄이 나는 국제결혼의 많은 부분이 속아서 결혼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파탄이 난다면 중개업소에서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국제결혼의 좋지 않은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분명히 제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꿈'을 안고 새 출발을 하려는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그 외국인 여성이 한국 사회를 향해 외쳤을 법한 항변이 귓전을 울립니다.

"내가 한국에 팔려온 건가요?"

 

 

 

출처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43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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